[여의도풍향계] 헌정사 첫 제1야당 대표 구속 기로…정국 격랑
[앵커]
헌정사상 처음, 제1야당 현직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여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내일(27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를 놓고, 여야는 서로 다른 움직임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현직 제1야당 대표가 구속 기로에 섰습니다.
검찰은 지난 16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초유의 사태에 국회는 술렁였습니다.
헌법에 따르면 현역 의원에겐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이 대표 구속 여부의 1차 판단은 이제 국회의 몫으로 넘어왔습니다.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기 하루 전,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에만 45분을 할애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고 있는 폭력의 시대입니다.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판사 앞에 가서 얘기하라'고 맞받았습니다.
"그 얘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됩니다. 다 조작이고 증거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 발부하지 않을 겁니다."
27일 본회의 표결을 앞둔 여야의 신경전은 격화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 카드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깡패다', '범죄자다', 앞서 거친 설전도 벌어졌습니다.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것이 깡패지, 검사겠습니까. 국가 권력을 갖고 장난하면 그것이 깡패지, 대통령이겠습니까."
"당을 사유화 해 방탄막이로 삼고 장난하면 무엇인가 켕기는 명백한 범죄자의 모습이지, 이것이 공당 대표의 모습입니까."
여야는 소속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표결에 빠짐없이 참석할 것을 당부하며 표 단속에 나섰습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민주당이 169석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탈표가 대거 발생하지 않는 한 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나선 민주당의 속내가 어딘가 조금 복잡해보입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전망입니다.
이렇다 보니 당대표가 재판을 받는 상태에서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위기 의식이 당내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비이재명계에선 공개적인 거취 압박도 나왔습니다.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당헌 80조 1항을 근거로 기소 시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을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이 대표도, 당도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는데, 조응천 의원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대신 사퇴를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하락세를 보인 당 지지율도 불안감을 더하는 요인입니다.
'진퇴양난'. 이 대표는 지난 21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단 체포동의안 부결에 총의를 모았지만,
"자율적이고 당당하게 투표에 임해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무도한 야당 탄압을 함께 막아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이대로 '단일대오'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정국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홀로 서기에 나선 정의당의 행보입니다.
스스로 강해지겠다며 '민주당 2중대' 꼬리표 떼기에 나선 정의당.
"강하고 단단한 정당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제 정의당이 스스로 더 강해지려고 합니다."
과거 '조국 사태'의 역풍을 경험하기도 했던 정의당은 재창당 추진 과정에서 확연히 민주당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입니다.
정의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사실상 찬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압박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지난 대선에서 (불체포 특권) 폐지를 공약하신 바 있습니다. 특권을 포기하고 영장 심사를 받는 것이야말로 그 말에 책임지는 행동입니다."
민주당이 동참을 촉구한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며 신중론을 이어갔습니다.
대신 별개로, 대장동 의혹 중 '화천대유 50억 클럽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을 앞장서 발의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관련자들이 연루된 제척 대상이다, 그래서 특검을 추천하는 부분은 비교섭단체가 해야 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그러나 현역 의원 6명이라는 물리적 한계는 여전한 벽입니다.
특검법 발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합류로 간신히 정족수를 채웠고,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처리도 민주당과 손을 잡아야만 하는 실정입니다.
사법리스크 정국을 맞은 여야의 동상이몽 속에, 한동안 서로 다른 '국회의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정농단, 아시타비, 내로남불,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다수의 정치 언어가 담겼습니다.
정치와 사법이 어지러이 혼재된 지금의 상황은 안타깝게도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엇갈린 주장에 대한 진실은 가려지겠지만 문제는, 민생을 집어삼킨 사법리스크 정국을 바라보는 민심의 조용한 분노입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이 서둘러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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